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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인턴 프로그램-공부, 공부를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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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랜만에 글을 쓴다. 

 

저번 글을 보면 마치 하루하루에 있었던 모든 일들을 다 올릴 것처럼 써놨는데, 

 

또 "오랜만에" 돌아오고야 말았다. 뭐.. 말이 필요한가. 바쁘기도 했지만 귀찮았다. 

 

이 귀찮음이란... 뭔가 블로그에 업로드하는 글의 퀄리티에 대한 욕심 때문이겠지. 

 

그래서 이젠 큰 부담 없이 조금씩이나마 자주! 근황이나 과학, 기술 관련 글을 남기려한다. 


1. 공부를 합시다!

인턴 프로그램이라고 말은 하지만, 사실상 관련 분야 논문읽기 + 실험 참관 정도가 학부생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최대치이다. 물론, 개개인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렸지만, 그 이상을 하기는 매우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처음에는 강의실에서 논문만 주구장창 읽는 루틴이 매우 지루하다고 생각했다. 아마 이러한 지루함 저변에는

 

'아, 나 공부 많이 했는데 이제 좀 이론적 지식을 실제적 지식으로 발전시키는 실험같은걸 하고 싶어'

 

하는 아주 오만한 생각이 깔려 있었겠지?

 

<흔히 알려진 더닝 크루거 곡선(또는 효과)>

+이 그래프를 찾는 과정에서 이 그래프가 잘못 알려진 가짜 그래프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실제 Dunning-Kruger의 논문에 실린 figure[1]>

아래가 실제 Dunning과 Kruger의 논문에 실린 figure이다. 뭐... 자세히 살펴보면 의미하는 바는 비슷하다. 

 

학습 초기 단계에는 자신이 인지하는 능력이 실제 능력을 훨씬 상회하지만, 학습을 거듭할수록 객관적으로 측정된

점수가 자신이 인지하는 능력을 따라잡는... 뭐 맥락은 비슷하다(그래도 한 눈에 와닿는 것은 위의 그림인듯).

 

아무튼, 그렇게 생각했는데, 연구실에서 진행되는 Lab meeting에 참가해서 실제 연구가 진행되는 것을 눈으로 보고,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나라면 과연 저 상황에서 교수님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이나 할 수 있을까? 음? 내가 알고 있던 사실과 조금 다른데?

 

이런 생각들이 들기 시작하면서 내가 지금껏 공부했던 내용들을 점검해보고,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명료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몰랐다는 것을 알게 되는, 이른바 "무지의 지"를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기존에 게을리 했던 결정학, 화학, 고체물리 공부를 하고, 논문을 통한 문헌조사를 하면서 공부하니 학부때 수업 듣던 생각도 나고, 재료공학도로서 기본을 탄탄히 다지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이러한 사건은 혼란스러웠던 나를 다시 공부 궤도에 안착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연관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다른 분야를 공부하다 보면 새로운 개념을 알게 되는 것은 물론, 기존에 알고 있던 개념이 

다른 곳에서, 전혀 다른 느낌으로 폭넓게 이용되는 것 역시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고체물리의 경우, Youtube에 있는 Oxford OCW 강의를 참고하였다(아래링크 참조). 매우 어렵지만... 재미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Qk25fSJkL8&list=PL3TG_uOxwEpMb81crm8AXl-3m9AcMyA0T

 

 

2. 기록을 합시다!

 

공부를 하는건 좋은데, 몇시간 동안 아무 기록 없이 쭉 공부를 하고 나면 느끼는 것은, 뭔가 보고 접한 것은 많은데 정리가 안되고 기억도 선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냥 체력만 갖다 바친것 같은 느낌.

 

내가 지금 이렇게 블로그를 해서라도 기록을 남기는 이유는, 언젠가는 이 기록을 다시 보고, 그래도 이 때 열심히 살았구나를 느끼기 위해서도 맞지만, 지금 하는 생각, 지금 깨달은 것들을 보관하기 위함이 가장 크다. 

 

인턴 프로그램에는 2주 동안 공부하고 실험한 내용을 정리해서 보고하는 Bi-weekly 보고서가 있는데, 2주 동안 내가 이런 공부를 했고, 이러한 것들을 배웠습니다~ 를 잘 보고하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평소에 일별로, 시간별로 무엇을 했는지 정리가 되어 있어야 한다. 학부때 공부는 특정한 범위가 정해져있고, 그 총량에 어느 정도 limit이 있었지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공부는 말 그대로, '끝이 없는' 공부이다. 

 

예를 들어서 논문을 읽고 공부하다가 모르는 개념이나 용어가 나왔다고 치자, 이 용어를 알기 위해서 검색을 하고, 다른 논문을 찾다 보면 거기에서 나오는 또다른 낯선 개념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이런식으로 가면 끝도 없다. 아마 대학원생이나 논문을 읽어본 학부생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나의 해결책은, 내가 궁금한 부분을 적어 두고(일종의 이정표 같은 느낌이다), 일정 시간동안 검색을 해보고 안되면 다시 원래의 궤도로 돌아오는 것이다. 즉, 논문의 전체적인 구조를 살피고, 이론을 검증하기 위한 방법, 논리 전개 방식을 대략적으로 정리하여, 노선을 fix 해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방대한 지식의 바다에 허우적댈 확률이 압도적으로 감소한다. 설령 내가 이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더라도, 그냥 받아 들이거나, 암기하고 넘어가면 어느 순간 이해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detail 보다는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몰랐던 것을 알게 되거나, 이해가 가지 않던 부분을 이해했다고 판단했을 때, 즉시 기록을 해야한다. 대충 짧은 글이나 휘갈긴 그림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을 정도로 구체화 해서 기록해야 나중에 알아보기 쉽다.

 

 

3. 질문을 합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질문을 안하기로 유명하다. 과거 어떤 회담장에서, 오바마 미국 전대통령이 한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질문권을 줬으나, 결국 아무도 질문을 하지 않아 중국 기자에게 질문권을 빼앗기고, 대중들로부터 많은 질타를 받은 사례가 생각난다. 

 

 

<질문권을 주는 오바마와 정적이 흐르는 장내>

 

질문을 한다는 것은, 자신이 모르고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밝히는 행위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학창시절에 반에서 누군가 엉뚱한 질문을 하거나, 쉬운 내용을 질문한다고 비웃고 핀잔을 주는 분위기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러한 환경에 적응하다 보니 어느새 나도 대학에 와서 전공 강의를 들을 때, 그저 수동적으로 주어지는 지식들을 말없이 주워 담을 뿐, 별 다른 질문을 해본 기억이 손에 꼽는다. 물론 3학년때부터는 이러한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제일 앞자리에 앉아 교수님께 질문도 많이 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전히 질문을 하기 위해 손을 들기 전까지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질문이 떠오르면 우선 메모해두고, 충분히 시간을 두고 생각해본 후, 그래도 모르겠으면 사수나 지인에게 도움을 청한다. 질문을 할 때에도 질문의 내용을 충분히 구체화 하여, 내가 어떤 부분에 대해 질문하고 싶은지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또 이 과정을 거치다가 해결되는 질문들도 더러 있는데, 나는 이 순간들이 나의 지적 능력이 향상되는 순간이라고 믿고 있다. 

 

좋은 질문을 하면, 질문을 받는 상대방 입장에서도 이 사람이 충분히 고민한 흔적이 보이기 때문에, 또 정성스러운 답변을 해줄 가능성이 높다.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에서 알고 있던 내용을 다시 꺼내서 사용하게 되면서 지식을 점검할 수 있고, 만약 질문을 받은 사람도 몰랐던 내용이라면... 오히려 좋다!

 

좋은 질문은 질문을 하는 사람에게도, 질문을 받는 사람에게도 득이 된다. 이것이 내 결론이다.

 

+최근에 깨달은 사실은, 좋은 질문을 하는 것이 좋은 공학자가 되는데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다. 공학 분야에서 연구를 하거나, 논문을 쓰기 위해서는, 기존의 [문제]를 정의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하여야 하는데, 자신의 분야에서 주가 되는 문제, 또는 실험 결과에 대해 끊임 없이 질문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사실 이 글도 인턴 프로그램 도중에 논문 읽기 싫어서 쓰는것은 절대로 아님을 밝힌다?

 

현재 번아웃이 왔거나, 공부에 흥미를 잃은 사람들이 이 글을 보고 다시금 관심과 흥미를 찾았으면 한다.

 

2023.01.31

 

 

 

 


*참고문헌

1. Kruger, J., & Dunning, D. (1999). Unskilled and unaware of it: how difficulties in recognizing one's own incompetence lead to inflated self-assessment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77(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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